참 어이가 없다. 부모 마음이라는 것이 다 같을 것이다. 누구나 다 자기자식은 소중한 법이니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귀하다’고 했던가? 하물며 사람이야 오죽할까? 꼭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 해도, 아마 아는 사람의 자식이 혼이 나고 있다면 다 편을 들어주지 않을까? 그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궁금해 할 것이다. 어제 일이다. 절 안에는 문화재가 많다. 그것이 국보나 보물은 아니라고 해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고 보존할 가치가 있어 지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이다. 그런데 왜 ‘당신 아이를 내가 혼내면 좋겠어?’라는 말까지 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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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여행에서 생긴 사건 하나

지금은 한창 휴가철이다. 휴가철에는 사람들이 정해 놓은 곳을 오가는 길에, 절집을 들리고는 한다. 아무래도 절집에는 희한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절을 다녀 본 아이들이야 그렇지 않지만, 처음으로 절을 찾는 아이들의 눈에는 이런 저런 것들이 모두 신기할 것이다.

그런 여행길에 들린 절집에서 일이 생겼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참으로 황당하다. 그리고 적반하장 격으로 아이를 나무란 사람을, 오히려 아이들의 부모가 혼은 내고 있는 중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아이가 유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는 문화재를 나무로 득득 긁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있던 청년이 당연히 그러지 말라고 했단다. 그래도 들은 척도 않고 계속해서 문화재를 긁고 있더라는 것. 무엇인가 보았더니 탑 틈에 무엇이 끼어있는데, 그것을 파내고 있더라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아이가 듣지를 않자, 언성을 좀 높였다는 것이다. 당연히 가까이에서 보고 있던 부모님들이 쫓아왔고. 문제는 거기서 생겼다. 부모님들을 본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고, 아이의 부모님들은 얼굴이 붉어졌다는 것. 그러더니 다짜고짜 청년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하는 말이

“당신 아이를 내가 혼내면 좋겠어?”

라고 했단다. 이유를 묻지도 않고 말이다. 그 자리에 없었던 차라,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청년은 말도 못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무척 당황했었나보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더욱 더 그러했을 것이다. 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민다. 남의 일에 가급적이면 참견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문화재를 나무로 긁어 말렸을 뿐이라는데 너무한 것 아닌가.


무조건 내 아이 편들기, 올바른 것일까?

주변 사람들은 보고도 아무도 청년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거들고 나섰다. 눈을 아래위로 부릅뜨고 곧 나에게 덤벼들 기세이다. 하지만 내가 만만하지가 않았나보다. 우선은 인상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간다. 거기다가 문화재를 건드려 놓았으니, 이미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슬그머니 뒤로 빠지려고 한다.

그것이 더 열을 돋우고 말았다. 결국 절집 어른이 나오셔서, 어른에게 사과를 하는 것으로 그치기는 했지만 영 기분은 말이 아니다. 쫓아가서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다. 자신이 아이를 잘 못 가르친 것을 사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유도 묻지 않고 무조건 내 아이라고 역성을 드는 부모님들. 과연 올바른 교육일까?

청년에게 물었다. 아이는 있느냐고? 아직 장가도 들지 않았단다. 그러면 아이 없다고 약이나 올리지 그랬느냐고 웃으면서 농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씁쓰레한 마음은 영 가시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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