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팔달구청을 찾아가는 재미는 무엇일까? 남들이 다 쉬는 일요일 팔달구청을 찾았다. 남들이 생각하면 일요일에 집에서 쉬지 무엇 때문에 문을 열지도 않는 구청을 찾아가?’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일요일에 팔달구청을 찾아가는 것은 혼자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팔달구청사 2층과 3층 복도 벽면에 전시된 작품을 보기 위함이다.

 

전시작품 보러 왔습니다

17일 오후 당직을 서는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김중 작가의 초대전인 <존재의 기록>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 작가는 1983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한 후 그동안 13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런 작가의 초대전이 1030일까지 팔달구청 청사 2층과 3층 복도에 전시가 되어있다.

 

2층 계단을 올라 처음 만나는 그림부터 혼란스럽다. 가뜩이나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내가 만난 그림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온통 울긋불긋 채색을 한 그림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동양화 같으면 경치라도 보면서 조금은 아는 체라도 하겠지만 서양화는 그야말로 무지몽매한 나이기 때문이다.

 

 

고통과 불안을 동반한 내면의 표현

 

<김중의 <기억-기록> 연작은 잠재의식의 형이상적인 불안과 고뇌에 대한 <기억-기록>의 연작에는 강한 개성에서 오는 고통과 불안을 동반하고 있다. 즉흥적으로 자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풍경은 우리에게 우울한 상징으로 다가온다. 그가 사용하는 도상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일종의 상형이나 기호 또는 약호로 제시된다. 상형이나 기호들은 즉흥적 감흥에 의하여 공시적 기억 속에 공존한다>

 

평론 글을 쓴 최병기의 평이다. 작가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는 작품들은 한 마디로 내가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아름다운 꽃과 광교산에서와 같은 제목을 붙인 눈에 익은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그림 앞에 서서 괜히 이리저리 머리를 돌리며 아는 체를 해본다.

 

 

한 마디로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무엇을 안다고 선뜻 찾아온 것일까. 원색으로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이것이 작가의 내면세계의 표현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각종 기호와 상형과 같은 수많은 것들이 그려진 앞에 서서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찾아왔다가 작가의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을 때는 은근히 화도 난다. 내 무지를 탓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은 그 사람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하지만 난 그 내면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의 무지를 탓하곤 한다.

 

 

구청직원들과 방문객을 위한 전시 공간

 

김종 작가는 2000~2001년 경기미협 사무국장, 2001~2006년 경기미협, 수원미협 서양화 분화 위원장, 2004~2006년 한국미협 본부이사, 2007~2012년 수원미협 부회장, 2010~2012년 경기미협 부이사장, 2007~2010년 수원시 미술장식 심의위원, 2001~2013년 나혜석 미술대전, 경기 미술대전 운영위원, 심사위원, 회룡 미술대전, 행주 미술대전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단한 작가를 만났으면서도 그 실체를 이해하지 못함이 죄스러울 뿐이다. 다만 한 가지 작품을 보면서 스스로 느낌을 받았다는 것 하나만으로 위안을 삼는다.

 

팔달구청 복도에 설치된 작가들의 작품전시는 작품을 통해 지친 업무에 반복되는 삶속에 힐링하는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의 업무 향상을 기대하고 지역의 열정적인 작가를 알리고 작가들의 창작활성화를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더불어 팔달구청을 찾는 구민들에게 딱딱한 관청의 이미지가 아니고 미술관을 방문하는 듯한 느낌이 전달되어 삶속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으니 그런 기회를 만난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팔달구청을 찾아가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혼자만이 마음껏 느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도 가질 수 있다는 즐거움을 누가 알 것인가?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더 많은 공부를 해 제대로 작품을 이해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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