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한국국보대관>을 길에서 만나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책이 있을까? 살다보면 책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책을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다면 그 책을 어떻게 해서라도 구입하려고 노력은 할까? 나는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대답한다. 그 책이 정말 소중하다고 느낀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구입할 것이다.

 

정말 소중한 책 한권을 구했다. 그것도 책방이 아니라 우연히 길에서 책을 만났으니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대단한 우연이다. 아마 문화재에 미쳐 30년 가까운 시간을 많은 닐과 경비를 들여가며 전국을 돌아다녔더니 신께서 이런 소중한 책을 나에게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참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말이 30여년이지, 그 시간동안 전국을 걸으며 찾아본 문화재가 얼마나 될까? 아마 지금 같아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을 것만 같다. 이제는 힘이 부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화재를 찾아다니면서 문제가 있는 것은 바로 시정을 요구하는 기사를 올렸다. 그 중 많은 문화재의 문제점들이 시정이 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한국국보대관>을 길에서 만나다

 

15일 남문시장을 지나다가 우연히 누군가 헌책을 들고 오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맨 위에 낡고 더렵혀진 책 한권이 눈이 간다. <한국국보대관>이라는 책 표지 때문이다.

그 책 어디서 구했어요?”

, 소장하고 있던 것인데 짐을 옮기려고요

그 책 저한테 파실 수 있어요?”

제가 소장하려는 것인데요

제가 꼭 필요해서 그런데 저한테 파시죠

이 책, 꼭 필요하세요. 그럼 그냥 가져가세요

 

그냥 가져가란다.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일도 생긴다. 이 책의 가치는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다. 더구나 나처럼 문화재를 찾아 전국을 찾아다닌 사람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책이다. 그런 책을 그냥 가져가란다. 본인도 그 책의 소중함을 알고 소장하겠다고 한 책이다. 그런 소중한 책을 그냥 가져가라는데 이보다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한 다음 책을 받아들었다. 꽤 묵직한 책이다. 책을 받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린다. 이 책안에 어떤 내용이 있는 것일까? 국보대관이라고 했으니 내가 찾아보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책을 들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책 내용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옛 화성을 만나다

 

<한국국보대관> 내용에는 국보만이 아니라 국보급 문화재와 명승, 천연기념물까지 수록이 되어있다. 서울을 비롯하여 각 도의 국보급 문화재들이 지자체별로 소개가 되어있다. 수원편을 찾아보았다. 수원화성이 소개되어있다. 그런데 이 책의 발간연대와 발간한 곳 등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수원화성 중 방화수류정 봉돈, 장안문과 여러 곳이 수록되어 있는데 수원화성을 복원하기 전 모습이다.

 

정말 소중한 자료구나혼자 뇌까리며 책을 뒤적여본다. 책 뒤편에 특집 해외전시국보리고 부록이 붙어있다. 그 내용을 보니 단기 4290820일 미해군함정 AF57호로 해외에 자랑할 우리 문화재 국보 185점을 적재하여 부산항을 출발 922일 미국에 도착하였다라는 내용이 있다.

 

단기 4290년은 서기 1957이다. 그런 내용으로 볼 때 이 책은 1960년쯤 발간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수원화성이 복원되기 이전에 제작된 책이니 벌써 60년 가까이 되었다. 햇수로 따진다면 꽤 오래된 책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국에 산재한 국보급 문화재를 설명과 함께 소재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책에는 고적 제14(현재 사적 3)라고 수원화성을 소개하고 있으며 방화수류정, 연무대, 팔달문, 장안문, 화서문, 화홍문, 봉돈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 봉돈은 허물어진 채로, 장안문은 문 위 누각이 사라진 채로 소개되어 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소중한 책 한권. 당분간은 이 책을 보면서 우리문화재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듯하다. 낡고 더렵혀진 책이지만 나에겐 정말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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