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하다라는 말은 까다로울 정도로 빈틈이 없고 알뜰하다는 뜻이다. 매산시장 초입 좌측 골목 안에 있는 희망야채의 여사장 피정인(, 55)씨는 그런 말이 딱 어울리는 성격을 갖고 있다. 매사에 빈틈이 없다는 것은 가게 안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야채들을 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

 

모든 야채와 판매를 하는 상품에는 국내산이라는 글씨와 생산지, 가격이 적혀있다. 누구나 이 집에 오면 가격이 얼마인지, 어느 나라 산인지 그런 것을 물을 필요가 없다. 그 가게 안에 있는 상품들에는 그런 내용들이 모두 적혀있기 때문이다.

 

매산시장 블로그에 소개한 당근은 수입당근예요. 전통시장 소개를 하면서 수입당근 사진을 사용하면 안 되죠.”

 

그 말 한 마디만 들어보아도 얼마나 매사에 빈틈이 없는 사람인지를 알 수가 있다. 희망야채의 물건들은 정리가 잘 되어있다. 누가 와도 편하게 물건을 사갈 수 있도록 진열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물건도 수입품, 사람도 수입품예요

 

피정인 사장이 이곳 매산시장에 들어와 야채가게를 차린 지 9년이 되었다고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벌써 강산이 한 번 변할 때가 된 것이다. 희망야채 가게는 2년 동안은 모든 상품을 국내산만 취급했다고 한다. 남들이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외국산을 팔 때도 고집스럽게 국내산만 취급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중국인들이 많지 않았으니까 국산 채소만 취급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물건도 수입품, 사람도 수입품으로 변했어요. 저희도 어쩔 수 없이 수입야채도 팔고 있고요. 하지만 가급적이면 국내산만 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인가 가게 안 물건마다 써 붙인 상품과 생산지의 거개가 국산이다. 피정인 사장은 밤 10시에 가게 문을 닫고 나면, 새벽 2시까지 가게에서 팔 물건을 포장을 한단다. 그리고 잠이 들면 새벽 5시에 일어나 수원농산물시장과 서울 가락시장을 돌아 내려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 8시 전에는 반드시 가게 문을 연다고 하니 늘 피로가 쌓여있을 듯하다.

 

이곳 가게 안 한편에 잠을 잘 곳이 있어요. 5년은 그곳에서 잠을 자면서 장사를 했죠. 워낙 시간이 없어 어디로 갈 수가 없어서요. 물건 정리하고 진열하고 포장까지 하다보면 시간이 정말 부족해요.”

 

 

 

 

잡상인들을 막지 못하면 시장 경제 어려워져

 

매산시장 주변에는 잡상인들이 차를 대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 전통시장들의 대개는 이런 잡상인들 때문에 정작 점포를 열고 장사를 하는 상인회원들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들은 무분별하게 시장 주변 이곳저곳에 진을 치고 장사를 하기 때문에 같은 물건을 파는 상인회원들은 물론, 검증이 안 된 물건을 파는 경우도 있어 시장의 위상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그 사람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너무 심한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고 냉정하게 할 수도 없고요. 이런 것은 상인회나 해당 주민센터 등이 적당히 조치를 취해주어야 할 것 같아요. 그들로 인해 상인회원들이 피해를 볼 수는 없으니까요.”

 

 

 

매산시장 인근에 세류아파트를 짓기 전에는 주변에 단독주택들이 많아 손님들이 많았다고 하는 피정인 사장. 당시는 혼자 장사를 하면서도 손수레를 끌고 그곳까지 배달을 다녔다고 한다. 지금도 그 당시의 부지런함과 근면함이 몸에 배어있다고 하는 깐깐한 여사장 피정인씨. 앞으로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오고 나면 다만 한 사람이라도 시장을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실패를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노력을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면으로 볼 때 당장은 힘들겠지만, 앞으로 희망야채 깐깐한 여사장님의 앞날은 밝음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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